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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일상 리뷰

[전시]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 예술의 전당 전시 후기

by Forest Park 202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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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코 록카쿠 : 꿈꾸는 손" 전시회 다녀온 후기

최근 '아야코 록카쿠'라는 일본의 젊은 스타 화가 전시가 예술의 전당에서 열려 다녀왔다.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이후 요즘 일본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작가라고 하니 어떤 사람인지 매우 궁금해졌다. 전시를 다녀오니 자기만의 스타일과 화풍이 아주 뚜렷한 사람이었다. 3월까지 하는 전시니까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다녀오시길 권하며, 전시 정보와 감상 및 후기에 대해 공유해 보겠다.

 

1. 기본 정보

  • 기간: 2023.12.2~2024.3.24
  •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 제6 전시
  • 시간: 10:00~17:00 
  • 마지막 입장 시간: 18:10
  • 티켓 가격: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 6천 원, 어린이 1만 2천 원 (36개월 미만 무료)
  • 휴관일: 매주 월요일

 

2. 아야코 록카쿠 그림의 특징

첫째, '소녀'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무국적의 뭉툭한 팔다리의 만화 영화 비율의 소녀가 한가운데 차지하고 있다. 소녀는 눈이 엄청 크고 약간 퉁명스러운, 심술 맞은 표정이다.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아보기 어렵다. 마치 헬로 키티의 무표정 같다. 소녀는 실재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만화 영화 캐릭터처럼 비현실적인 존재이다. 소녀 캐릭터가 반복적이지만, 그의 옷차림, 머리 색깔 등의 스타일과 풍경, 색감 등은 그림마다 다르다. 주로 꽃과 동물과 함께 있다.

둘째, 알록달록한 색감이 특징적이다. 누가 봐도 아야코 록카쿠의 그림은 다양한 색깔을 휘황찬란하게 섞어서 쓴다. 특히 분홍색, 노란색을 많이 사용한다. 솜사탕 특유의 인위적인 형광 분홍색은 소녀의 옷이나 꽃 색깔 등으로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림을 보면서 솜사탕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다른 이들은 봄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거나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편안한 색감이 아니라 정말 놀이동산, 만화 영화 세계 같은 색감을 보여준다.

셋째, 핑거 페이팅 기법을 사용해서 날 것 같은 질감을 보여준다. 아야코 록카쿠는 자신만의 특이한 '핑거페인팅' 기법을 사용한다. 아야코 록카쿠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자기 손에 직접 물감을 묻혀서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미리 밑그림을 그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덧바르고 색칠하면서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주 큰 그림들도 많아서 '진짜 즉흥적으로 그린다고?' 싶었는데 그림 옆에 그녀의 제작 영상을 보면 정말 자기 느낌 가는 대로 손가락으로 그려버리더라. 그녀는 잭슨 플록의 그림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특이한 페인팅 방식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낙서도 많이 되어 있다.

아야코 록카쿠 그림 속 소녀들
아야코 록카쿠 그림 속 소녀들

 

전시회 추천 이유

1) 작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이 전시를 보러 간 이유는 어쩌다 우연히 '아야코 록카쿠'라는 사람이 일본에서 요즘 비싼 경매가에 그림이 팔리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야코 록카쿠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배경지식이 없었는데, 전시회 안에 그녀의 생애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어떻게 작업했는지 보여주는 제작 영상, 실제 작업실을 비슷하게 꾸며놓은 공간, 인터뷰, 그녀의 생애를 샌드페인팅으로 표현한 영상 등이 있어 그녀가 배경과 취향, 생각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긴 줄 글이 아니라 영상으로 보여줘서 가독성이 좋았고, 그림을 감상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그녀는 공원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놀이, 꽃밭의 풍경, 환한 날씨와 같은 느낌이 그림에 녹아들어 있는 듯했다. 또한,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느끼는 느낌을 중시하고, 또 그림을 보는 관객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신이 작업하면서 행복한 것, 그리고 그 행복이 관객에게 전해지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녀가 유명해지기 전 초기 작업 했던 그림들이 많이 있었는데,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때라 오히려 그때의 작품이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그녀는 미대에 입학했다가 중퇴해서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가, 다시 미술 작업에 관심을 갖고 혼자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그녀는 캔버스가 아닌 널빤지, 상자 위에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일상적인 물품 위에 그림을 그리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녀는 질감 있는 물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나 역시 너덜너덜한 질감과 평이한 누런 색 위에 알록달록한 소녀가 그려지는 부조화가 재밌게 느껴졌다.

아야코 록카쿠 초기 작업
널판지 위에 그린 초기 작업

 

2)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있어 흥미롭다.

전시회가 작품 수가 많은 편이었는데, 대부분은 회화/판화였지만 일부는 오브제와 브랜드와 함께한 콜라보들도 있었다. 전시회 공간에 그녀가 만든 집, Ghost Rabbit(소녀와 토끼가 있는 조형) 등의 대형 오브제가 전시되어 있었다. 캔버스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크게 차지해 버리니까 더 압도적인 느낌으로 그녀의 그림을 체험할 수 있다. 2번의 Ghost Rabbit의 소녀는 약 2.3m 정도인데 치마가 나부끼며 어딘가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3번의 집은 실제로 보면 주변에 동물들이 많아 귀엽고 아기자기한 동화 속 세상 같다.

대형 오브제
대형 오브제

아래의 1번처럼 루이비통과 콜라보하여 가방과 캐리어 박스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누가 살까?) 2번은 접시, 3번은 도예 콜라보 작품이다. 4번은 작은 피규어 같은 조형물인데 옷을 모루(?) 같은 느낌의 줄로 묶어서 표현했다. 부슬부슬한 질감이 새로웠다.

다양한 오브제와 콜라보

3) instagrammable 하다.

전시회 전체에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전시 공간 디자인을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특히 꽃 엄청 많이 가져다 놓은 공간이 있었는데(관객들은 어느 spot 말하는지 알듯), 그 공간은 정말 예쁘게 꾸며져 있어 포토존으로 좋았다.

사실 내가 위에 어휘력 부족으로 instagrammable 하다고 썼지만, 사실 이 전시 자체는 twitterable(내가 만든 단어로 트위터에 올리면 트위터리안들이 좋아해 줄 것 같다는 뜻) 하다. 아야코 록카쿠의 그림은 감동을 주는 그림은 아니지만(?) 귀여움과 소유욕을 느끼게 한다. 그림 자체가 일종의 굿즈 같다. 아야코 록카쿠가 왜 요즘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다. 요시모토 나라처럼 일본 오타쿠들이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다. (오타쿠들이 유독 심통 난 소녀들을 좋아하는 듯) 게다가 아야코 록카쿠는 후원을 받아 네덜란드에 작업실을 만들어 살고 있는데, 유럽의 정신쇠약한 여자들이 돈을 아끼지 않을 것 같은 헬로키티 감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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