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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일상 리뷰

영화 괴물 후기 (고레에다 히레카즈 감독, 2023) / 스포일러 없음

by Forest Park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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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추천 리뷰 : 뜻밖의 인생 영화

최근 신촌 아트레온 CGV에서 고레에다 히레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별 기대 없이 봤다가 강한 감정적 파동을 느꼈다. 고레에다가 유명한 감독인 건 아는데 나는 살면서 본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가 '브로커'밖에 없었다. 참고로 그 영화에 대해서는 대사가 너무 유치하고 배우들도 캐릭터랑 잘 안 어울려서 실망스러웠다. '도대체 이 감독이 왜 유명하다는 거지? 어이가 없네'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괴물'도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인터넷 영화 커뮤니티에서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 퀄리티가 핑퐁이 심한 경향이 있고 유독 외국 영화를 만들 때 퀄리티가 낮아지며 일본 배우들과 찍은 영화들은 걸작들이 많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 한 번 믿고 예매해 버렸다. 사실 요즘 신촌 CGV 아트레온에서 '고레에다 히레카즈 감독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시간대 맞는 영화를 고른 것도 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하니 2시간 동안 정말 딴생각하지 않고 빠져들어서 보게 되었다. 나처럼 평소 잔잔한 독립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강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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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영화는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오리(미나토 엄마), 호리 선생님(미나토 담임 선생님), 미나토(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실질적 주인공)의 시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같은 상황이지만 세 사람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비하인드가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다. 사오리는 남편을 사별하고, 세탁소를 하면서 미나토를 혼자 키우고 있는 싱글 맘이다. 미나토는 아빠를 보냈어도 잘 지내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이상한 행태를 보여 사오리는 불안감을 느낀다. 미나토는 귀를 다치고, 밤에 혼자 숲 속에 뛰어가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음산한 말을 혼자 외치며, 엄마랑 차 타고 가다가 갑자기 차에서 뛰어내리는 위험한 행동을 행동을 한다. 사오리는 미나토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심쩍게 여겨 초등학교에 방문해 선생님들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교감 선생님은 손녀딸이 남편이 주차하다 실수로 차로 치어 죽여 충격을 받아 쉬다가 복직한지 얼마 안 됐다고 하고, 담임 선생님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다. 담임 선생님 호리, 나머지 선생님들, 교감 선생님들이 모였는데 다들 관료주의적인 태도로 '죄송하다'라고만 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한편, 앞서 이 동네에 있는 걸스 바 (일본식 유흥 술집) 건물에 화재가 일어난 적이 있고, 걸스 바 건물에서 아이들에게 목격된 호리 선생님은 유흥 업소에 자주 출입한다는 안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 호리 선생님은 미나토에게 '죄송하다. 지도를 하다 오해가 생겼다. 미나토의 팔에 접촉이 있었을 뿐이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고개 숙일 뿐이다. 답답한 사오리가 화를 내자 얌전하게 사과하던 호리 선생님도 같이 화를 내며 '호리가 같은 반 학생 요리를 괴롭혔기 때문이다'라고 맞받아친다. 그 말에 미나토가 살짝 의심스러워진 사오리는 요리의 집에 혼자 찾아가고.......

과연 호리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 교감 선생님은 왜 그랬을까? 호리 선생님은 폭력 교사인 것일까? 미나토는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일까? 미나토는 요리를 괴롭혔을까? 

 

추천 이유

1. 대단한 몰입감

이 영화의 초반부는 친절하지 않다. 모든 인물들이 의문 투성이다. 교감 선생님은 소시오패스 같고, 미나토는 왜 저러는지 답답하고, 호리 선생님도 의뭉스럽고, 요리도 왠지 쎄한 느낌을 준다. 초반부는 사오리의 시점인데, 사오리조차도 외동아들을 둔 싱글맘인 개인적 상황가 그녀의 내재된 불안감이 관객들에게 은은하게 전달되어서 이 사람 눈에 보이는 것들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인물들은 서로를 조금씩 의심하고 미심쩍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호리의 여자 친구도 호리와 잘 지내면서도 그의 폭력성에 대해 의심한다. 사오리도 아들의 편이면서도 그의 가방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보고 미나토가 자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아인지 불안해한다. 이러한 불안들은 완전히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우리가 흔히 느껴볼 만한 감정들이다. 내 주변에 내가 아주 잘 아는 친밀한 사람이지만, 어쩐지 내가 다 알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 그를 둘러싼 사회적 소문과 평판, 인상, 낙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미묘하게 겹쳐 보이는 느낌. 관객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느끼게 되는데, 캐릭터의 시점에 따라 과거의 사건에 얽힌 진실에 조금씩 풀린다. 앞서 풀렸다고 생각한 진실도, 뒤에 가보면 계속해서 더 나온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다.

2.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모든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브로커'에서 영화가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캐릭터들이 설정상으로는 분명 입체적인 인물인 게 맞는데 실제 영화에서 구현된 느낌은 굉장히 피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아마 대사가 작위적이고 배우들이 연기를 못했던 게 큰 것 같다. '괴물'은 대본이 정말 촘촘하게 잘 짜여있고 배우들이 실존 인물처럼 연기한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부자연스러운 대사를 치거나, 개연성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다 충분히 할 수 있을 법한 생각과 행동을 하며, 일상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 같달까.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서 만든 것이라 한국 가족, 한국 학교의 정서와 유사한 면이 많아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영화는 붕 떠 있는 인물도 없고 절대악으로 상정된 인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미스터리하고, 미묘하게 불안하고 불편하며, 어떤 면에서는 비극적이다. 신파나 선악 대결의 쾌감을 위하여 납작하게 소비되는 인물 없이 모두 각자의 삶과 개성과 생명력을 가진 인물들로 가득 차 있는 점이 좋았다.

3. 마지막 장면의 아름다움

이 영화는 뒤로 갈수록 재밌고, 가장 클라이믹스는 마지막 장면이다. 영상미도 아름다웠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음악과 매우 잘 어울렸다. 슬프면서도 자유로운 해방감이 느껴지는 복합적 감정이 확 올라왔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짧게 줄이겠다. 이 영화는 그 장면의 여운이 매우 길었다.

 

총평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감독의 애정과 고민이 묻어난 영화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대해서 비판한다. 얼마나 모순적이고 이기적인지. 그러한 인간의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한 면에 대해 1차원적으로 비판하는 작품들은 꽤 흔한 것 같다. 이 영화의 첫인상 역시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보여주는 모순에 대해 비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우리가 갖는 편향적인 모습,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 대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존재'라고 따뜻하게 품어준다.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보기'와 '남들이 말한 것에 영향받기' 사이 그 어딘가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흔들리며 살 수밖에 없다. 감독은 사람이 타인에게 편견을 갖고 상처를 주는 과정을 아주 오랫동안 정말 깊게 들여다보고 고민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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