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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대학원 지도 교수 고르는 방법, 주의 사항, 빌런 피하는 팁

by Forest Park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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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필수 지식 : 대학원 지도 교수 잘 고르는 방법

대학원은 대학 혹은 초중고 시절의 학교 생활과 매우 다르다. 초중고 시절에는 보편적으로 통하는 교육 과정이 있고, '한국 학교 생활'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분위기가 있다. 정말 특이하게 애니고나 대안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상 공통적인 교육 과정과 생활 패턴이 있다. 대학 시절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의 경우 의치한 같이 특수한 전공이 아니라면 대학의 인지도를 우선적으로 보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비록 편견일지라도) 비슷한 레벨의 대학, 같은 학과라면 어느 정도 유사한 학교 생활과 졸업 후 전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은 전혀 다르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 내에서도 어느 지도 교수님 밑에 있느냐에 따라 내가 배우는 것, 나의 모든 생활 패턴과 정신적 내면, 최소 몇 년 간의 인간관계, 졸업 후 진로와 전망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대학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좋은 지도 교수를 만나는 것', 그다음으로는 '좋은 지도 교수를 만나는 것', 그다음으로는 '(최소한) 빌런 교수는 피하는 것'이다.

대학원 지도교수 고르는 방법, 팁
제발 신중하게 읽어주세요

0. 지도 교수 고르기 전 알아야 할 기본 전제

1) 세상에 완벽한 교수는 없다.

세상에 모든 사람은 결코 완벽하지 않고,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있다. 교수님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해서 빨리 실적 내라고 쪼는 교수님은 학생 입장에서 피곤할 수 있다. 대신, 교수님의 질책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실적을 많이 낼 수 있다. 반대로, 성격이 느긋하고 학생들을 방임하는 교수님은 배우는 게 없을 수 있다. 대신 자율적으로 연구를 배워나갈 수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장단점이 복합적으로 있기 때문에, 100% 좋은 혹은 나쁜 교수는 없다.

교수님들은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늘 남들에게 대우받는 것이 익숙할 확률이 높다. 교수님들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교수님들도 사회인이고, 관리자이며, boss이다. 애초에 좋은 인성을 가진 지도 교수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너무 나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 이미 입학했다면, 교수님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은 (어차피 교수님은 바뀌지 않으니) 학생이 최대한 빨리 교수님의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잘 맞춰드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2) 교수들이 학부생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show'이다.

학부생들이 좋게 생각하는 교수님들은 대체로 강의력이 뛰어나고, 수업을 재밌게 (혹은 쉬운 언어로) 하는 분들이다. 

하지만 교수로서의 실력과 인품, 언변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물론 학부 수업 때 누가 봐도 괴상한 짓(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성적인 발언을 했다던지...)을 했다면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맞다.

그러나, 달변가 교수님이 과연 대학원생들에게도 좋은 사람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는 남들에게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또는, 실질적인 연구는 손에 놓은 지 오래라 그나마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청중 앞에서 발표하기'인 사람일 수도 있다.

3) 대학원 과정 동안 연구실에서 나 혼자만 엄청 뛰어난 업적을 쌓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초중고 때는 공부에 대한 평가인 '성적'을 개별적으로 받는다. 내가 아무리 꼴통 학교, 날라리 집합 반에 있어도 나 혼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 가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학원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공계 분야에서의 '연구'는 시험공부와 수행 과정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는 함께 선행 연구를 리뷰하고, 실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과정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다. 대학원 과정 동안 배우는 연구 역량, 스킬 등은 대부분 같은 랩실 선배들로부터 배우거나 동기, 후배들과 협업하면서 습득해 가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연구실에서 선배들이 내는 논문 실적(논문 편 수, 논문이 실린 저널의 impact factor)이 내가 재학 기간 동안 쌓을 실적과 비슷할 확률이 높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보다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보다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쌓은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1. 지도교수 고를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

(1) 전공/연구 분야

굉장히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다. 대학원 과정 동안 정한 나의 연구 분야는 졸업 후에 연구직을 업으로 선택한다면 내가 평생 연구할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이 분야에 오랫동안 투지를 갖고 연구할 수 있을지 스스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주의*

하지만, 전공/ 연구 분야는 큰 scope에서만 고려해도 된다. 어차피 세세한 연구 주제는 학생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 문제는 나의 재학 기간 동안 '연구실에서 어떤 과제를 수주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연구 주제를 입학 전부터 너무 구체적이고 좁게 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입학하고 나서 나에게 주어진 상황(교수님의 관심사, 내가 맡은 프로젝트, 갖고 있는 데이터, 선배들이 알려줄 수 있는 방법론 등)에서 최선을 다해 선택하면 된다.

(2) 랩실 실적

최근 논문, 프로젝트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분야마다 괜찮다고 인정받는 impact factor의 기준이 다르게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SCI급 논문의 정량적인 편 수가 꾸준히 나오는 곳이어야 좋다. 또한 졸업한 선배들이

(3) 졸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

대학원 홈페이지에 나오는 졸업 요건은 말 그대로 행정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졸업 요건이고, 실질적인 졸업은 지도 교수 마음대로 시키는 게 관례다. 지도 교수에 따라서는 8년 이상 붙잡고 있기도 한다. 학생이 잘 들어오지 않는 작은 랩실의 경우 석박 통합 과정을 10~11년씩 붙잡고 있는 케이스들도 종종 있다. 오랫동안 대학원생으로 살고 싶다면, 이런 지도 교수님 밑으로 들어가는 것도 괜찮다. 반면 본인의 인생 계획에 이렇게 오래 졸업 못하는 미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이런 지도  교수님들은 아무리 다른 부분이 좋아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4) 박사 졸업생들의 스펙

졸업할 때 보통 몇 편의 논문을 내고 졸업하는지 알아보자. 본인도 미래에 그 정도 스펙을 갖고 졸업하게 될 확률이 높다. 졸업 후 교수나 정출연 선임 연구원이 된 선배들이 많은 랩실은 아웃풋이 좋은 랩실이다.

 

2. 지도교수 잘 고르는 방법

 (1) 인턴

관심 있는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학과/단과대학에 있는 인턴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방학 동안 인턴을 해보자. 교수님이 대학원생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연구실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초 인기 랩실이 아닌 이상 랩실 인턴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의 신청만 하면 다 받아주고, 타과, 타 대학 학생이어도 받아줄 확률이 높으니 걱정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 보자.

 (2) 졸업생 / 재학생에게 물어보기 

아쉽게도 인턴을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차선책으로 졸업생이나 재학생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자대라면 쉽게 졸업생이나 재학생과 대화를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타 학과/ 타대생이라 지인이 없다면, 연구실 홈페이지에 있는 재학생/졸업생 메일 주소를 보고 이메일로 한 번 물어봐라. 물론 귀찮아서 답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친절한 사람은 답장해 줄 수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는 게 좋다. 

연구실 진학을 위해 이미 교수님과 컨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컨택만 하지 말고 연구실도 한 번 둘러보자. 교수님과 면담 후 '혹시 연구실도 들러도 될까요?'라고 물어서 연구실에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이다. 연구실 구성원들의 연령대, 연차, 성비도 대충 파악할 수 있고, 간단한 대화를 통해 연구실 생활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3) 오픈랩, 세미나 참가 

일부 연구실은 오픈랩(학부생들에게 연구실을 개방하여 연구실 소개를 하는 시간)이나 세미나(연구실원이 아닌 사람도 들어도 되는 학술 교류) 등의 행사를 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방법들에 비해 연구실 생활의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연구실원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연구실에서 요즘 어떤 연구를 하는지 파악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3. 최악의 인성 파탄 교수 면하는 팁

(1) 사업 혹은 스타트업을 하는 교수님을 피하자

제발 제발 제발 사업하는 교수 연구실은 들어가지 말자. 당신은 이제 대학원생뿐 아니라 직원으로서의 짐도 짊어지는 것이다. 

(2) 강연, TV 방송 출연, 정치 등 본업 외 활동으로 유명한 교수님을 피하자

당신은 타 대학원생들에 비해 지도는 훨씬 덜 받으면서, 잡다한 뒤치다꺼리는 훨씬 많이 하게 될 것이다.

(3) 이성 관련 구설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싸한 부분)가 있는 교수님을 피하자

당신이 남성이고 교수의 평상시 평판이 좋다고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naive 한 생각이다. 저런 구설수를 풍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권위에 취해 있으며, 술을 좋아하고, 인간 대 인간 사이의 경계가 지나치게 가까운 사람일 확률이 높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학원생들은 결국 지도 교수를 닮아간다는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연구실에 오래 있는 대학원생들은 지도 교수의 성품과 사고방식까지 닮게 되더라. 본인도 나중에 저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4) 김박사넷에서 블락 처리 요청을 많이 한 교수님을 피하자

김박사넷은 졸업생들이 교수에게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일종의 교수 평가 평점 사이트이다. 여기에 블락 처리 요청 댓글이 많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 졸업생들이 교수에 대한 불만을 도저히 마음속에 조용히 품고 있지 못할 지경이다.
  • 교수는 자신에 대한 남의 비판적 평가를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깐깐한 사람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는 엄청 따지는 사람이다.

(5) 자대생 비율이 낮은 랩실을 피하자

자대생, 특히 같은 학과 학생들이 잘 진학하지 않는 연구실은 보통 선배들에게 좋지 않은 평을 받지 못한 연구실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을 확률이 높다.

(6)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랩실을 피하자

첫째, 자대생들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졌을 것이다. 둘째, 한국 학생들조차 외면한 경쟁력 없는 곳이다. 셋째,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연구실의 행정, 잡무 등을 한국인 학생들이 더 많이 하게 된다.

(7) 면담할 때 교수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부분이 그 연구실의 단점이다.

예를 들면, 면담할 때 인건비에 대해 물어봤는데, '대학원이 배우러 오는 곳이지, 여기가 직장인가? 여기가 돈 벌러 오는 곳인가? 돈 내면서 배워야지, 배우면서 돈을 벌려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한다면 그 연구실은 인건비가 없거나 매우 낮은 곳이다. 

물론 연구실 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교수들이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말을 신중하게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말조심을 위해 말을 아끼시는 수준이 아니라 갑자기 급발진한다면, 그게 그 연구실이나 교수의 단점일 확률이 크다.

 

끝으로...

지도 교수님은 제2의 부모님 같은 분이다. 나의 모든 생활과 정신이 그분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졸업 후에도 그분에게 받은 영향이 내 심신에 계속 남게 된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지도 교수는 선택할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중하게 선택해도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지도 교수님 잘 만나는 것은 아주 운이 잘 따라야 하는 일이다. 교수님과 잘 맞지 않더라도, 열심히 힘내서 몇 년만 버텨보도록 하자. 그래도 내가 쓴 주의사항과 팁을 참고한다면, 아주 최악의 질 나쁜 인간들은 거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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